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애착에 관하여

제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. 어떤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고찰이 있는건 아니니, 편하게 읽어주세요.

12살짜리 아들이 5년동안 만든 마인크래프트 월드를 삭제해서 울고있다고, 이건 게임일뿐이라고 어떻게 설명해야하느냐고 Quora에 올린 질문.

내 12살짜리 아들이 5년동안 만든 마인크래프트 월드를 지웠다고 울고있어요. 이게 그저 게임일 뿐이라는걸 어떻게 설명할까요?

Quora에 올라온 이 질문은 가끔 생각이 날 정도로 상당히 가슴아프다.

나도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애착을 가진 것들이 많았다. 집, 장소, 사람, 친구, 동물, 책, 인형 가리지 않고 참으로 애착이 많았다. 그리고 그들 중 끝까지 가질 수 있는 건 얼마 없었다. 저 캡처에선 '게임일 뿐'이라지만, 사실 내가 애착을 많이 가지고 그걸 버린것들 중 게임의 비중은 아주 낮다.

아마 당시 내가 가진 것들은 모두 'xx일 뿐' 이라고 생각되었을거다. 그러니 모두 버려진 것이다. 어릴 때고, 시간이 지나면 다 잊혀질거라고. 하지만 난 불행히도 기억력이 꽤 좋은편이다. 약 35년 전, 그 때 머리를 크게 다친 이후로 웬만한 애착은 모두 기억하고있다. 버려진 것들, 버릴 수 밖에 없었던 것들, 등등...

버릴 때의 악의는 없었을것이다. 누구의 악의도 없었을테지만, 난 그렇게 마구 버려지는것이 반드시 악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한다. 지금 와서 나 자신에 대해 연구하고 고찰해보고 되돌아본다면, 애착이 없었기때문에 성인되어서도 제대로된 애착관계 형성을 어려워하는구나,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.

애착은 언젠가 버리는게 맞다. 뭔가를 영원히, 최소한 생에 온전히 가질 수 없기 때문에. 심지어 내 삶 자체도 온전히 나의 것이 아니다. 내 의식이 없는 순간도 있고 (갓난아기때라거나) 아니면 나의 자유가 없는 때도 있다. 가족은 어떠한가? 언젠가 가족은 떠나간다. 영구히 떠날때도 있다. 그에 따라 애착도 어느정도는 버려야한다. 만날 수 없음을, 만질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하는 순간이 온다. 버릴 때, 정말로 소중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.

그래서 애착은 가지는 것 자체가 비극이다.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질 수밖에 없고 버릴 수밖에 없다. 이것이 인간삶의 고통의 근원(고집멸도의 고집)이 아닌가 생각한다.